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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산] <337> 양산 토곡산

저그노 2012. 11. 27. 11:44

[산&산] <337> 양산 토곡산

악산이라뇨? 암릉 타는 재미, 시원한 조망 끝내주는데요

 

 

 

 

 부산·경남의 대표 '악산'으로 불리는 토곡산.

하지만 이 산을 오른 이들은 악산이란 평가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넘실대는 낙동강과 좌우로 듬직한 낙남·낙동정맥을 낀 산세 좋은 산이 왜 악산이란 말인가?

 

 

 

 지장암 뒤에 있는 물맞이 폭포.

 

 

 하산길에서 돌아본 토곡산 능선.

 

신문이나 인터넷을 떠도는 산행기 중 '양산 토곡산(855m)' 편을 읽어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부산·경남의 대표적인 악산(惡山)'이라는 표현이다. 어떤 산이 악산일까? 흔히 돌과 암릉이 많은 산은 골산(骨山), 사람의 살처럼 흙덩이가 풍부한 산은 육산(肉山)으로 부른다. 골산과 육산은 산을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반면 악산을 구분하는 원칙은 없다. 사전을 보니 악산을 '험한 산'으로 풀이했다.

애매한 개념이다. 따져보자. 해발고도가 주위 산보다 높아 오르기 힘든 산이 악산일까? 그렇다면 영남 알프스 가지산이나 금정산 등 주변 산에 견줘 돌올한 뫼들은 죄다 이 범주에 들어가야 한다. 봉우리 모양새와 산세가 사나워서 악산일까? 이 말대로라면 지난해 '산&산'이 밟은 강원 영월 구봉대산, 경북 영덕 팔각산, 전남 고흥 팔영산도 악산 계열에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산꾼들은 이런 산을 명산으로 대하지 결코 악산으로 '홀대'하지 않는다. 악산을 정하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보니 결국 악산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주관에 좌우되기 쉽다.


'부산·경남 대표적 악산' 거론
올라보면 멋진 산세에 반해

산행 중 만나는 물맞이 폭포
영남알프스·낙동강 경관 탁월


토곡산에 왜 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아마도 '물이 귀하고, 능선의 암릉이 거칠며 내려올 때까지 머리끝부터 발목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산'이기 때문에 그런 악명을 얻은 것으로 추정한다. 하나 정작 산을 밟아본 사람들은 이런 추정에 손사래를 친다. 물맞이 폭포에서 물을 만났고, 산의 까칠한 암릉을 넘나들면서 암릉 타는 재미를 맛봤으며, 낙동강을 저만치 아래에 두고 낙남·낙동의 산줄기를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결국 악산은 없고, 산을 대하는 사람의 마음이 '악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토곡산에 대한 편견은 직접 오르면 깰 수 있다. 다만 소문처럼 거친 돌길이 많고, 등로도 모호한 데가 많아 산행 초보자나 단독 산행은 무리이겠다. 부산·경남의 각종
산악회에서 산행 중급 코스로 이 산을 택한 이유도 여기 있지 싶다.

코스는 전체적으로 '∩'형 산세를 시계 방향으로 돈다. 들머리에서 오르자마자 물맞이 폭포를 만나 주능선까지는 오름길이다. 해발 20m에서 470m까지 치고 오르지만, 지그재그형의 오름이라 된비알은 아니다. 주능선에서 암릉을 밟거나 돌아가거나 넘는다. 중간 중간 안부가 있어 고도가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정상에서 서릉을 밟고 석이봉을 지나 내려온다. 들머리와 날머리(함포마을회관) 사이가 500여m 정도라 사실상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행 거리 9.1㎞, 넉넉잡아 4시간 30분쯤 걸린다.



산행이 시작되는 들머리는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함포마을회관을 지나 500m쯤 가다 오른쪽에 있다. 물맞이 폭포의 물길이 끝나는 계곡 하부 공터다.
나무 이정표와 'ㄷ'자 모양의 시멘트관이 있다.

시멘트로 대충 마감한 돌계단을 따라 곧장 산속으로 들어간다. 물 마른 계곡에 돌덩이들이 어지럽게 박혀 있다. 8분 정도 지나면 정면
소나무 숲 속에서 반짝하고 빛이 난다. 지장암 마당에 있는 지장보살상이다. 보살상 옆에서 태극기가 휘날린다.

지장암을 지나 길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돈다. 왼쪽으론 짙은 잿빛의 암벽이 돌로
병풍을 친 것처럼 우뚝 산에 붙어 있다. 눈길을 주다 보니 어느새 물맞이 폭포 아래에 섰다. 기도터로 쓰이는지 금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이 폭포는 토곡산 산행 중에 유일하게 물을 만나는 곳이다. 길이 7m, 와폭은 2~4m로 물이 흘렀다면 제법 볼만 했겠다. 물줄기가 살아있는지 언 폭포 밑으로 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 머리 위를 밟고 지나 다시 능선으로 붙었다. 낙엽이 쌓여 길의 윤곽이 희미하다.



첫 번째 전망대를 지나 20분 남짓 오르막을 밟는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고도가 확연하게 상승한다. 오르막에 구비가 많고, 경사가 비스듬해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20분쯤이면 주능선에 닿는다. 능선에 섰더니 골바람이 양쪽에서 불어댄다. 두 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그 뒤의 낙남정맥의 지맥들이 푸른 산 물결을 친다.

600봉과 597봉까지는 흙길이다. 잠시 뒤 내리막이 시작되자 암릉이 나온다. 각양각색의 돌이 길을 막고 있다. 돌길은 이정표가 있는 안부까지 이어진다.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함포마을 방향 하산로다.



이정표를 지나면 다시 암릉이다. 이번엔 오르막이다. 양손으로 돌부리를 잡고 무리 없이 극복한다. 562봉을 지나 6분 정도 가면 높이 4m가량의 암릉이 서 있다. 척 봐도 맨손으로 오르기엔 불가능해 보인다. 중간에 매듭 뭉치가 있는 흰색 밧줄이 반갑다. 줄이 안전한지 당겨본다. 줄을 잡고 영차영차 올라간다. 뒷사람은 항시 선등자가 다 올라간 걸 확인하고 밧줄을 잡아야 한다. 줄 하나를 잡고 두 사람이 올라가면 중심을 잃고 추락할 위험이 크다.

힘 좀 썼으니 쉬고 가란 뜻일까? 펑퍼짐한 너럭바위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숨을 돌린다. 낙동강을 보면 마음이 탁 풀리는데, 토곡산 정상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 눈대중으로 봐선 한참을 더 가야 할 것 같다.

640봉부터 730봉, 754봉까지 암릉길이다. 20여 분 걸린다. 이제 다 왔나 싶은데 다시 안부로 떨어진다. 다행히 787봉에서 정상까지는 순한 오름이다.

토곡산 꼭대기는 식빵 모양처럼 기다란 터다. 정상 표석 높이도 2m를 넘는다. 사방 조망을 보려면 여기저기 발을 옮겨야 한다. 북쪽과 동쪽으로 영남 알프스의 남쪽 줄기들이 확연하게 조망된다. 서쪽으로 천태산, 금오산이 남쪽인 낙동강 건너편으로 낙남정맥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악산으로 평가절하하기에 너무나 아까운 조망들이다. '악!' 소리보다 오히려 콧노래가 나오니 '악산(樂山)'으로 부르자고 제안하면 아전인수일까?



정상에서 8분쯤 남쪽 능선을 타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은 복천정사(복천암) 방향이고, 하산로인 원동역 방향은 우측이다. 두 번째 이정표와 갈림길을 지나 734봉 아래 이정표까지는 15분가량 걸린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봉우리에 토곡산이라고 표시했다. 위치가 틀렸으니 고쳐야 한다.

734봉부터는 내리막이 급하다. 바닥이 미끄럽고, 낙엽이 깔린 묵은 길이라 개념도와 산행 안내리본을 잘 따져야 한다. 734봉에서 석이봉까지는 약 20분 소요.

예전에 석이버섯이 많이 났다는 석이봉(553m)에 이정표가 있다. 원동
초등학교와 함포마을회관으로 길이 갈린다. 마을회관 쪽으로 간다. 8분 정도 내려가면 길이 나뉘는데, 왼쪽은 흙길 오른쪽은 암릉이다. 잠시 뒤 만나기에 어느 길을 택해도 상관없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묘가 잇달아 나타나는 지점까지 다시 급경사다. 해발 400m에서 170m대로 떨어진다. 묘 2곳을 지나 나오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튼다. 3분 남짓 거리에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계곡을 지나 민가 농장으로 올라선다. 민폐를 우려해 이 길을 버린다.

갈림길에서 오솔길로 3분가량 가면 토곡산
등산로 이정표가 보인다. 사실상 산행이 끝난다. 이정표를 지나 3분쯤 더 내려가면 69번 지방도로다. 갓길로 3분을 더 걸으면 날머리인 함포마을회관이다.

 

 

음 식 점

원동교 삼거리에 있는 '소원동기사식당'(055-382-5287)에서 요깃거리로 콩국수·비빔국수·물국수(4천 원)를 판다. 1022번 지방도를 타고 부산으로 오다 보면 서룡리 고개 우측에 '낙동강휴게소'(055-372-3669)가 있다. 커피, 라면부터 닭똥집까지 메뉴가 다양하다. 특히 갖은 해조류로 우려낸 육수로 끓인 오뎅탕(6천 원) 맛이 일품이다. 산행으로 언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다. 잔치국수(4천 원) 비빔국수(4천500원)도 맛있다.

출처 : 부산 달팽이산악회(4050)
글쓴이 : 연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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